학부연구생 시절 제1저자로 쓴 논문, 「판구조론적 역사를 고려한 해외 대규모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탄성파 해석 결과 분석」(지구물리와 물리탐사, 2024)을 정리합니다. 2023년 7월에 투고해 12월에 게재가 확정됐습니다.
출발점: 국내에 큰 저장소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국내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저장 규모는 2050년까지 연간 3,000만 톤입니다. 그런데 국내 대륙붕에서 대규모 저장소를 찾는 일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반면 북미·북해·오세아니아·중동에서는 이미 대규모 CCS 사업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해외의 큰 저장소들은 어떤 지질 역사를 거쳐 만들어졌고, 그 흔적이 탄성파 영상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무엇을 했나
1. 판구조 변천사 복원. 호주 시드니대 EarthByte 연구팀의 오픈소스 판구조 시각화 프로그램 GPlates와 PALEOMAP PaleoAtlas를 사용해, 4개 지역이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움직이고 바다에 잠기고 퇴적층이 쌓였는지 시대별로 복원했습니다.
2. 지역별 대표 프로젝트 2곳씩, 총 8곳 비교.
| 지역 | 대표 CCS 프로젝트 | 형성사의 핵심 |
|---|---|---|
| 북미 | Quest, Weyburn-Midale | 오래된 순상지 위로 고생대 해양 퇴적층, 이후 육상 환경 |
| 북해 | Northern Lights, PORTHOS | 페름기 이후 열적 침강으로 생긴 긴 그라벤(골짜기) 분지 |
| 오세아니아 | Gorgon, Moomba | 곤드와나 대륙에서 인도·남극이 떨어져 나가며 생긴 분지 |
| 중동 | Uthmaniyah, 카타르 LNG | 테티스해 확장과 함께 쌓인 두꺼운 해양 퇴적층 |
3. 탄성파 영상 해석. 각 프로젝트의 탄성파 영상에서 저장층과 덮개암(CO2가 새지 않게 막는 층)을 찾아, 그 층이 위에서 복원한 지질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해 영상에서는 그라벤을 따라 발달한 거대한 퇴적분지가, 북미 영상에서는 고생대 해양층과 그 위의 부정합이 보입니다.
결론: 영상 속 층서구조는 그 지역의 역사를 반영한다
8곳 모두에서 탄성파 영상에 드러난 지하 층서구조가 그 지역의 판구조적 형성 역사와 잘 맞았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탄성파 자료 처리(특히 속도 모델을 추정하는 역산)는 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적은 관측 자료로 넓은 지하를 추정하다 보니, 계산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지질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모델이 나오기도 합니다.
논문의 제안은 이것입니다. 자료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지역의 지질 역사를 알고 있으면, 비현실적인 모델을 처리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다. 국내 탐사 자료를 처리할 때도 한반도 주변의 판구조 역사를 기준으로 삼으면 저장소 평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데이터·AI 일을 하면서 이 논문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델이 낸 결과가 수치상으로는 좋아 보여도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가?"를 판단하려면 데이터 바깥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탄성파 역산에서 지질 역사가 하는 역할을, 머신러닝에서는 도메인 제약·사전 지식이 합니다.
- 결과를 검증할 때 "점수가 높다"보다 "생성 과정을 알고 보니 말이 된다"가 더 강한 근거가 됩니다.
이후 석사 연구에서 중력·자력 지표를 검증할 때도, 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만든 독립 모델과 비교하려고 했던 것도 이 경험에서 나온 습관입니다.